SNS 언팔, 관계 정리의 시작인가?
SNS에서의 언팔로우는 이제 단순한 클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를 팔로우하고 있다는 건 그의 삶, 생각, 감정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 반대는 더 이상 그 사람의 소식을 알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인간관계에 예민한 문화에서는 언팔이 곧 감정의 단절, 혹은 노골적인 메시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서운하다”는 감정을 느끼고, 어떤 이는 “드디어 끊었다”는 해방감을 맛본다. SNS의 언팔로우 버튼 하나가 관계의 상태를 정의하는 도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팔로우’가 꼭 부정적인 의사 표현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시간이 지나며 취향도 바뀌고, 관심사도 이동한다. 처음엔 같은 분야의 사람이라서 팔로우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때로는 피드에 올라오는 콘텐츠가 감정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일상을 갉아먹는 자극일 수도 있다. 그럴 때 무리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조용히 거리를 두는 것이 서로에게 더 건강하다. 언팔로우는 상대방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 진정한 관계는 SNS의 팔로우 여부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언팔=절교’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SNS는 결국 개인의 공간이며, 그 안에서 누구를 초대하고 누구를 초대하지 않을지는 철저히 개인의 자유다. 누군가 나를 언팔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는 증거는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와 감정 소모를 줄이고, 실질적인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재하는 관계는 SNS에 의존하지 않으며, 진짜 소통은 팔로우 여부와 무관하게 이루어진다. 때로는 과감한 ‘언팔 정리’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 공간을 정돈하고, 진정 원하는 관계에 집중하는 것도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