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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미니멀리즘-디지털디톡스 48. 휴일 하루는 ‘로우테크 데이’로 지정하기

storymisssunset 2025. 8. 10. 09:06

휴일 하루를 ‘로우테크 데이’로 지정하기

첫 번째로, ‘로우테크 데이(Low-Tech Day)’란 현대인이 과도하게 의존하는 디지털 기기와 고기술 환경에서 잠시 벗어나, 의도적으로 기술 사용을 최소화하는 날을 말한다. 평일 대부분을 우리는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인터넷, 각종 앱에 둘러싸여 산다. 출근길에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뉴스를 확인하고, 직장에서는 대부분의 업무를 이메일·메신저·온라인 회의로 처리하며, 퇴근 후에도 유튜브나 OTT 서비스, SNS로 여가를 보낸다. 이러한 삶은 편리하지만, 뇌와 신체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디지털 자극은 집중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불안감과 피로감을 높인다. ‘로우테크 데이’를 도입하면 하루 동안 이런 자극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끊고,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던 느림의 리듬과 아날로그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절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마치 디톡스(detox)처럼, 기술에 의한 과부하를 풀고 정신적 여유와 자율성을 되찾는 회복 과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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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테크데이
로우테크 데이

 

두 번째로, ‘로우테크 데이’는 단순히 전원을 끄는 행동에서 그치지 않고, 생활 전반의 방식과 관계의 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보내려면 약속 장소를 미리 확실히 정하고, 필요한 정보는 메모장에 적어두며, 길을 찾을 때는 지도책이나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이는 타인과의 대면 대화를 늘리고, 순간의 상황 판단력과 기억력을 회복하는 기회가 된다. 또한 전자기기 대신 종이책을 읽거나 손글씨로 편지를 쓰고, 음악을 들을 때는 스트리밍이 아닌 CD나 레코드판을 꺼내는 등 ‘불편하지만 느리게’ 하는 활동들이 하루의 밀도를 높여준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가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습관을 자각하게 만들고, 필요할 때만 기술을 사용하는 ‘선택적 의존’의 태도를 길러준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가족·친구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디지털 시대에 희귀한 ‘집중과 몰입의 경험’을 제공하며, 관계를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로우테크 데이’를 지속 가능한 습관으로 만들려면 개인적 실천을 넘어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기업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한 달에 하루 정도 ‘디지털 절제 캠페인’을 열고, 공공기관·도서관·공원에서 아날로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기기를 반납하고 입장하는 ‘책과 바람의 날’ 행사나, 종이 지도를 활용한 도보 여행 프로그램, 손공예·글쓰기 워크숍 등이 있다. 이러한 활동은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사용의 속도를 조절하고 선택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이다. 나아가 ‘로우테크 데이’는 환경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루 동안 기기 사용을 줄이면 전력 소비와 전자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하루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이후의 일상 속에서도 ‘잠깐 멈추고 숨 고르기’를 실천할 수 있는 태도를 심어주는 것이다. 빠른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성, 관계성, 생태적 감수성을 지키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 결국 우리 삶 전체의 질을 바꾸는 힘이 된다.